우리는 영화 속에서 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수없이 보아왔다. 폭발 장면은 너무나 흔한 것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기 일쑤이다. 그러나 폭탄이 터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복잡한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고 폭탄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폭발 무기는 핵폭탄이다. 그러나 최근 과학계에서는 기존 핵무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의 무기인 블랙홀 폭탄(Black Hole Bomb)이 실험적으로 구현 가능함이 입증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TNT 폭탄
TNT는 폭발물 중 가장 대표적이고 오랜 기간 사용되어 온 물질이다. 정식 명칭은 트리니트로톨루엔(Trinitrotoluene), 화학식은 C₇H₅N₃O₆이다.
TNT는 톨루엔(Toluene)이라는 방향족 탄화수소에 3개의 니트로기(NO₂)를 붙인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니트로기들이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한다.
TNT는 고체 상태에서 안정적이어서 쉽게 터지지 않고, 충격이나 마찰에 민감하지 않아서 안전하게 운반 가능하며,
녹는점은 80도C 내외로 액체로 녹여 금속 틀에서 주조하기가 쉽다.
폭발 시 유독 가스를 배출하긴 하지만, 제조가 쉽고 값이 싸기 때문에 전 세계 군용, 민간용 폭발물의 기준 단위로 사용된다.
즉, 폭발력만 놓고 보면 더 강한 물질이 많지만, TNT는 가격, 안전성, 취급 편의성 면에서 이상적인 폭발물이다. 그래서 요즘도 폭발력 비교할 때 “몇 톤의 TNT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표준 폭발 단위처럼 쓰인다.
폭발이라는 건 아주 빠른 산화 반응, 즉 연소라고 볼 수 있다. 다만 TNT는 자체적으로 산소를 포함한 구조라서, 외부 산소 없이도 ‘자기 혼자’ 연소할 수 있다. 이걸 자기 산화(Self-oxidizing)라고 한다.
TNT 폭발은 가장 먼저 점화(Detonation)과정으로 시작된다. TNT에 열이나 충격이 가해지면 분자의 결합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특히 불안정한 니트로기(NO₂)가 먼저 붕괴되는데 이것이 점화이다.
다음으로 급격한 분해 반응이 일어난다. 불안정한 구조가 순식간에 분해되며,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들이 더 안정적인 물질로 재결합한다. 이 때, CO₂ (이산화탄소), H₂O (수증기), N₂ (질소 가스)등이 방출된다.
다음은 에너지 방출이 발생하는데 원래 결합보다 더 강한 결합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잉여 에너지(결합 에너지 차이)가 열, 충격파, 빛의 형태로 빠르게 방출된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기체 분자가 초고온에서 순간적으로 형성되고, 좁은 공간을 밀어내며 충격파(Shockwave)를 만들어내면서 가스 팽창과 압력파가 형성되는데 이게 폭발력의 정체이다.
TNT의 폭발력은 1g당 약 4,184줄(J)의 에너지를 낸다. 이건 정확히 1칼로리(cal) = 4.184줄과 같은 값인데, 그래서 흔히 1g TNT ≈ 1kcal 정도라고 보면 된다.
1kg의 TNT → 약 4.2 MJ (메가줄), 1톤(Ton) TNT → 약 4.2 GJ (기가줄), 1 메가톤(Megaton) TNT → 4.2 × 10¹⁵ J이다. 히로시마 원폭의 위력은 약 15킬로톤(TNT 기준)이었다.

폭탄이 터진다는 건, 사실 굉장히 간단하게 말해서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은 에너지가 갑자기 한꺼번에 밖으로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 에너지가 어디서 오느냐에 따라서 폭탄의 위력이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기본적인 폭탄은 우리가 영화나 게임에서 흔히 보는 TNT 같은 화학 폭탄이다. 이것은 ‘전자기력’이라는 힘을 사용하는데. 이 힘은 원자 사이에서 결합을 만들고 깨는 힘으로써. 우리가 흔히 “화학 결합”이라고 부르는 것도 결국 전자기력 덕분이다.
핵폭탄
우선, 핵폭탄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핵분열(fission)을 이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핵융합(fusion)을 이용한 것이 있다..
핵분열 폭탄 – 원자폭탄
핵분열이라는 것은 아주 무거운 원자핵 하나가 둘로 쪼개지는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우라늄-235(U-235)나 플루토늄-239(Pu-239)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있는데, 이 원자핵들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서 외부에서 중성자 하나만 툭 던져주면 갑자기 쪼개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쪼개질 때, 단순히 ‘조각이 난다’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나와. 에너지는 대부분 열과 방사선 형태로 나오고, 동시에 추가 중성자들도 나와. 이 추가 중성자들이 주변의 다른 원자핵들을 때려서 또 쪼개지게 하고, 거기서 또 에너지와 중성자가 나오고, 이런 연쇄반응이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규모로 일어나게 된다..
이 핵분열이 일어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임계질량이라는 걸 만족해야 한다. 쉽게 말해, 너무 적은 양의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면 반응이 시작되다가 그냥 멈춰버린다. 하지만 어느 이상, 임계질량 이상이 모이면 연쇄반응이 멈추지 않고 계속 터지는 거야.
그래서 원자폭탄은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작동해. 평상시에는 이 임계질량을 피하기 위해 핵물질을 여러 개로 나눠 놓는다. 그리고 터뜨릴 때가 되면, 안에서 고성능 폭약을 터뜨려서 그 조각들을 순식간에 한 덩어리로 만들고. 갑자기 임계질량을 넘겨버리게 되고, 그 순간 연쇄 핵분열 반응이 시작되면서 말 그대로 ‘핵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열, 빛, 충격파, 방사선이 퍼져나가고 도시 하나쯤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이고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떨어진 폭탄이 바로 이런 핵분열형 원자폭탄이다.
핵융합 폭탄 – 수소폭탄
다른 한 형태의 핵폭탄은 수소폭탄이다.
여기서 말하는 ‘융합’이란 것은 아주 가벼운 원자핵 둘을 높은 압력과 온도 속에서 하나로 합치는 반응이다.. 가장 대표적인 건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²H)와 삼중수소(³H)를 융합시켜서 헬륨을 만드는 건데, 이 과정에서도 엄청난 에너지가 나온다. 실제로 태양이 지금도 저 먼 우주에서 빛나고 있는 원리가 바로 이 핵융합이다.
그런데 이 반응이 일어나려면 수천만 도 이상의 고온과 엄청난 압력이 필요한데. 지구 위에서 이걸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방법은 없다. 그래서 핵분열 폭탄을 먼저 터뜨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소폭탄은 그냥 융합만 하는 게 아니라, 안에 작은 원자폭탄을 하나 넣어둬. 이 원자폭탄이 먼저 터지면, 그 순간 생기는 열과 압력이 융합 반응을 시작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진다.
그래서 수소폭탄은 이중 구조이다. 겉으로는 하나의 폭탄이지만, 안에는 작은 핵분열 폭탄(1차 폭발)이 있고, 그 주위에 핵융합 물질이 둘러싸여 있어(2차 반응) 1차 폭발이 일어나면, 그 열기와 압력으로 둘러싸인 수소 동위원소들이 융합 반응을 하게 된다. 이때 나오는 에너지는 핵분열보다 수십 배, 수백 배 강할 수 있다.

핵폭탄은 단지 폭발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 방사능 낙진, 전자기 펄스(EMP), 장기적인 방사선 피폭, 기후 변화 유발 가능성까지 수반해서, 전 세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다. 그래서 핵무기를 소지한 나라는 엄청난 외교적 무게를 가지게 되고, 동시에 그 책임도 막중하지.
반물질 폭탄
우리가 아는 이 세상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 양성자, 중성자… 이 입자들이 모여서 원자가 되고, 분자가 되고, 결국엔 사람도 만들고, 사과도 만들고, 고양이도 만든다.
그런데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이 결합된 현대 물리학은 말하길, 모든 입자에는 짝을 이루는 반대 성질의 입자, 즉 반입자(antiparticle)가 있다고 하고. 전자에는 양전자(positron), 즉 플러스 전하를 가진 전자가 있고, 양성자에는 반양성자가 있다.
그런데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완전히 소멸하면서 순수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즉 두 물질의 질량이 모두 에너지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쌍소멸(annihilation)이라고 한다.
반물질 폭탄은 위에서 알아보았듯이 물질과 반물질을 이용하여 만드는 폭탄이다. 그 위력은 반물질 1그램과 물질 1그램이 만나면 대략 9×10¹³줄(Joule)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폭발 에너지가 약 6.3×10¹³줄 이었으니 그 위력을 짐작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물질은 자연적으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인공적으로는 대형 입자가속기에서만 극소량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는 하루에 약 수십 나노그램(nanograms) 수준으로 반양성자를 만든 적 있다.
또한, 반물질은 ‘용기’ 같은 데 넣어두는 용기가 물질이므로 순간 터져버려서 보관을 할려면 자기장이나 전기장을 이용한 ‘진공 가둠장치(Penning trap)’ 같은 걸로 부유시키며 보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물질을 연구하는 이유는 의학 분야에서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반물질을 소량 사용해 고효율 우주선 엔진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반물질 폭탄이 만들어진다면 일반 핵무기보다 수백 배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너무 커서 실용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예상된다.
블랙 홀 폭탄(Black Hole Bomb)
블랙홀은 단순히 정지해 있는 게 아니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돌고 있는 거대한 빨아들이는 죽음의 소용돌이다.
회전하는 블랙홀은 주변의 시공간 자체를 끌어당기면서, 특이한 공간(에르고스피어(ergosphere))을 만들고. 여기에 입자나 빛이 들어가면, 어떤 조건에서는 오히려 더 큰 에너지로 튕겨 나올 수 있응데. 이 이론을 팬로저 프로세스 라고 한다.
어떤 파동(예: 전자기파, 중력파 등)을 회전하는 블랙홀 쪽으로 보내면, 오히려 더 큰 에너지로 튕겨 나올 수 있는데 블랙홀이 가진 회전 에너지를 일부 ‘뽑아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초방사 (Superradiance)라 한다.
이론적인 블랙홀 폭탄의 작동 원리는 먼저 회전하는 작은 블랙홀을 만들고, 블랙홀 주위에 ‘공명장(파동을 가두는 장(field)을 만든다. 그리고 파동을 블랙홀로 보낸다. 이 파동은 블랙홀을 향해 들어가다가, 블랙홀의 회전 에너지를 일부 ‘흡수’해서 강화된 채로 튕겨 나오고, 공명장에서 다시 반사되고, 다시 블랙홀로 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결국은 불랙홀이 불안정하게 되어 폭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실제 블랙홀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물리적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방법을 찾았는데, 사우샘프턴대학교와 글래스고대학교, 그리고 이탈리아 나노기술 연구팀의 공동 연구진은 오직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이 ‘블랙홀 폭탄’의 작동 원리를 실험실 환경에서 유사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획기적인 연구 결과는 물리학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에 공식적으로 게시되며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연구진은 전기차에 쓰이는 초고속 전기 모터 기술을 응용해 알루미늄 원통을 금속 코일로 감싸고 초고속 회전시킨 후, 여기에 자기장을 투과시킨 결과, 반사되는 자기장이 실제로 증폭되는 초복사 현상(superradiance)이 관측되었고, 이것은 곧 팬로저 프로세스의 실험적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였다.
그러나 블랙 홀 폭탄은 현재의 기술로서는 만들 수 없다. 먼 미래에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 위력이 너무 커서 한 도시를 사라지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행성 자체를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폭탄이 될 것이다.
마무리
기술은 언제나 중립적이다. 그것이 핵 발전소가 될지, 핵폭탄이 될지는 인류가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블랙홀 폭탄이라는 개념 역시, 궁극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도, 사상 최강의 파괴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다가올 과학의 시대, 인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독자라면 1g으로 도시 하나를 지울 수 있는 기술을 만들겠는가? 결국은 선택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